빅데이터/정보

자살 전 병원을 꼭 한번씩은 찾아갔다는 데이터

Heeyeon Choi 2019. 5. 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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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인 한국계 미국인 손 모씨(51)는 지난해 말수가 무척 없는 50대 후반의 남성 A씨를 만났다. A씨는 다른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A씨는 손씨와 상담하면서도 또다시 강제 입원 치료를 받게 될까 두려워 자신의 증세에 대해 좀처럼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진료하는 데 애를 먹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씨는 A씨의 동의를 받아 바로 `정신진료지식향상시스템(Psychiatric Clinical Knowledge Enhancement System·PSYCKES)` 기록을 살펴봤다. PSYCKES(사이키)는 뉴욕 주정부가 운영하는 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600만명에 달하는 정신질환자들의 의무 기록이 축적돼 있다.

 

환자가 최근 5년간 받은 진료 기록은 물론 빅데이터 분석 결과까지 첨부돼 의료진이 복합적인 처방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PSYCKES상에는 A씨가 과거 진료를 받던 중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고 말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전적도 있었다. 기록을 살펴본 손씨는 A씨에게 단순히 우울증 상담만 제공해선 안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매주 A씨를 만나 자살 위기 상담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침묵을 지키던 A씨는 조금씩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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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가족과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상당한 외로움에 시달려 자살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손씨는 "PSYCKES는 치료의 질적 서비스를 높일 뿐 아니라 잠재적 자살 시도자를 사전에 발견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의료 시스템을 개혁해 자살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일명 `자살 제로운동`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자살 위험군을 사전에 파악하고 자살 예방에 나서는 게 핵심이다.

 

특히 뉴욕 주정부는 자살자와 자살 시도자의 상당수가 자살 직전 병원에 한 번은 방문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위험군 선별에 힘을 쏟고 있다.

21일 뉴욕주 정신보건국은 2012~2014년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보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무려 73%가 자살 직전 6개월 사이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지어 자살자와 자살 시도자의 61%는 자살 행동을 하기 한 달 전에 어떤 형태로든 병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뉴욕주 정신보건국 산하 자살예방센터를 이끌고 있는 제이 카루더스 박사는 "의료진이 자살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보건국은 뉴욕 소재 293개 정신병원 중 자살 제로운동에 동참하는 165개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대신 참여 병원은 방문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자살 위험 척도`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검사 결과 환자가 직전 90일 안에 자살을 생각했거나 시도했다고 판명되면 병원 측은 즉시 자살을 예방하는 포괄적 케어를 고려한다.

 

또한 병원은 매달 자살 평가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정신보건국에 제출한다. 정신보건국이 이 같은 방법으로 2017년 10월부터 올해 3월 사이 확보한 데이터는 총 5만6291건에 달한다. 해당 데이터는 모두 PSYCKES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신보건국이 운영하는 PSYCKES에는 자살 검사 결과 외에도 보험 내역을 토대로 파악한 수많은 진료 정보가 정리돼 있다. 과거 처방받은 약, 입원과 외래 치료를 받은 날짜, 응급실 방문 상황, 주거시설 지원 여부 등을 PSYCKES에서 실시간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PSYCKES는 자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자별 치료 방안을 제시한다. 어떤 약물을 쓰면 좋을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을 조언하는 식이다. 자살을 최근에 시도해 응급실 치료를 받은 환자의 기록에는 주의 표시가 붙기도 한다.

또한 정신보건국은 정부가 운영하거나 허가를 내준 정신병원에서 자살이나 자살 시도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뉴욕주 사고 관리 및 보고 시스템(NIMRS)`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나아가 정신보건국은 PSYCKES와 NIMRS에 쌓아놓은 데이터를 의료기관이 살펴볼 수 있도록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까진 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엄격히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신보건국이 인가한 모든 정신의료기관은 환자의 동의만 받는다면 언제든지 관련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응급 상황에서는 3일간 동의 없이도 열람이 가능하다.

 

실비아 길리오티 정신보건국 박사는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치료와 자살 예방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뉴욕주의 2017년 자살률은 10만명당 8.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 51개주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미국 정신보건국 자살예방센터의 몰리 피너티 박사가 뉴욕주가 운영하는 의료 빅데이터 시스템 `PSYCKES`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이희수, "자살전 한번은 병원 찾아"…美, 이때부터 빅데이터로 관리, 매일경제, 2019.04.21 17:29:50 ,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5/311468/>, 검색일: 2019.05.20 11: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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